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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독서 리뷰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리뷰: 응원하는 마음은 어떻게 돈이 될까?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입체 책 이미지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스포츠는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저자
박성배 지음
출판
인물과사상사 · 2023년
ISBN
9788959067183
  • 스포츠 산업
  • 구단
  • 이벤트

1990년대 미국의 스포츠 기념품 중개상들은 유망한 선수들에게 돈을 주고 수천 개의 사인을 미리 받아두었다. 선수가 유명해지면 그가 이름을 적어둔 공과 방망이의 값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는 앞으로 생길 영광의 가격을 계산하고 있었다.

박성배의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이런 사례에서 출발해 스포츠를 둘러싼 시장을 보여준다. 사인 기념품부터 경기장, 올림픽, 대학 스포츠, 선수의 연봉까지 범위가 넓다. 응원하고 감탄하던 장면 옆에 계약서와 계산서를 놓아보는 책이다.

그렇다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이 모두 장삿속에 속은 결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이 얼마나 특별한 가치를 만드는지, 그 가치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한다.

똑같은 표를 사도 똑같은 경기를 볼 수 없다

스포츠는 물건을 파는 일과 다른 어려움이 있다.

같은 모델의 휴대전화를 두 대 샀다면 비슷한 성능을 기대한다. 그런데 같은 팀의 경기를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본다고 같은 즐거움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막판 역전승을 볼 수 있고, 다른 한 번은 일찌감치 승부가 기운 경기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구단도 어떤 경기를 팔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승리와 명승부를 보장할 수 없는데도 관람권은 경기 전에 팔아야 한다.

이 책은 그 불확실성과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경기의 성격에서 스포츠 산업의 특징을 찾아낸다. 결과를 모른다는 사실이 상품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다시 보러 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

기념품은 그 짧은 시간을 붙잡는 방법이다. 공은 경기 뒤에도 남지만, 사람들이 값을 매기는 것은 공의 재질만이 아니다.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어느 순간과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사인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물건이 전혀 다른 의미를 얻는다.

처음에 등장한 중개상들은 바로 그 의미의 변화를 예상한 사람들이다. 선수에게 아직 충분한 이름값이 없을 때 사인을 확보하고, 훗날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되기를 기다렸다. 그 주변에는 진짜 기념품인지 확인하는 인증의 일도 생겨났다.

이 설명은 스포츠가 왜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 팔리는지 이해하게 한다. 경기는 끝나지만, 그 경기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끝나지 않는다.

금메달 시상식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승부

기억이 돈이 된다면, 가장 빛나는 순간에는 더 많은 이해관계가 모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다. 시상식에 선 마이클 조던은 성조기를 어깨에 걸쳐 의류의 리복 로고를 가렸다. 미국 선수단의 시상식 의류에는 리복의 로고가 있었지만, 조던은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선수였다.

국가의 승리를 기념하는 장면에서 기업들의 경쟁도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올림픽과 스포츠 마케팅 이야기는 이렇게 익숙한 사진을 다시 보게 한다. 메달을 받은 선수가 무엇을 입는지, 어떤 로고가 화면에 남는지에도 경제적 가치가 붙는다. 경기를 후원하는 기업과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대회의 관심을 활용하려는 매복 마케팅도 등장한다. 대가를 치르고 확보한 권리를 지키려는 쪽과, 그 경계 바깥에서 주목을 얻으려는 쪽이 맞선다. 마케팅은 멋진 광고를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정하고 그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설명을 알게 된 뒤에도 금메달의 감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같은 화면 안에서 선수는 국가를 대표하고, 개인의 계약을 지키며, 기업에는 강력한 광고 매체가 된다는 사실이 보인다. 한 장면에 겹쳐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많다.

선수의 연봉은 경기 결과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빛나는 시상식에서 벗어나 시즌 중의 경기를 보면 감정은 훨씬 거칠어진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 그 돈의 값을 하고 있는지부터 묻게 된다.

그러나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설명하는 선수 시장에서는 성적만으로 연봉을 계산하기 어렵다. 어느 리그에서 뛰는지, 이적과 계약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어떤 에이전트가 협상하는지도 영향을 준다.

같은 능력이 언제나 같은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의 일반적인 채용처럼 선수와 구단을 끝없이 바꿔가며 계약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에게는 경력을 이어갈 무대가 필요하고, 구단에는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선수가 필요하다. 이 관계를 어떤 제도 아래에서 협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설명의 좋은 점은 경기 뒤의 불만을 조금 더 정확한 질문으로 옮겨준다는 데 있다. 선수에게 많은 돈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협상에서 유리한지, 구단의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살피게 한다.

그렇다고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일이 모든 연봉과 계약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런 가격이 형성됐는지 설명하는 일과, 그 결과가 공정한지 판단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책이 연봉을 다루는 의미는 불만을 잠재우는 데보다, 불만의 대상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

화려한 대학 경기와 선수의 처우 사이

반대편에는 큰 무대에서 뛰면서도 자신의 기여를 충분히 보상받는지 질문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다.

책은 미국 대학 스포츠를 통해 아마추어라는 이상과 거대한 사업 사이의 간극을 짚는다. 대학의 경기는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 관심을 모은다. 경기의 가치가 커질수록 그 무대를 만드는 학생 선수의 처우도 함께 물어야 한다.

책이 문제 삼는 것은 아마추어라는 이름만으로 수익과 분배의 질문을 끝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선수에게는 교육과 성장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하면서, 그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둘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프로 선수의 높은 연봉과 대학 선수의 처우를 함께 읽으면 스포츠 노동시장의 모습이 한층 복잡해진다. 한쪽에는 큰 계약이 있고 다른 쪽에는 보호와 보상의 문제가 있다. 스타 한 명의 연봉만 보고 스포츠에서 뛰는 사람들 전체의 형편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이런 대목에서 책은 산업의 성장을 소개하는 입문서를 넘어선다. 시장이 크다는 사실 다음에,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 살핀다.

책 출간 당시 저자가 밝힌 목표에도 그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줄 해설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출간 당시 신간 소개 기사에 실린 저자 발언

스포츠 산업 현장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들에 관한 설명이다. 잘못됐다는 느낌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다. 그 일이 어떤 제도와 관계 속에서 생겼는지 이해하면, 비판도 더 구체적일 수 있다는 방향에 가깝다.

경기가 끝나도 산업은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의 시야는 경기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경기장 주변에 사는 사람에게는 소음과 빛도 문제이고, 시설을 운영하는 쪽에는 에너지와 폐기물을 다루는 일도 남는다. 친환경 경기장은 태양광 설비를 갖추는 데서 끝나지 않고 주변과 공존하는 방법까지 물어야 한다.

팬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하루였던 행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동과 관리, 생활의 문제로 이어지는 셈이다.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강점은 이런 서로 다른 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 어려운 경제 개념부터 길게 늘어놓기보다 기념품과 선수, 시상식과 경기장처럼 익숙한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경우에도 사례를 통해 들어갈 길이 있다.

반면 넓은 범위는 읽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한 인물의 삶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나 특정 사업의 실행 매뉴얼을 기대하면 결이 다르다. 주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상황과 제도를 이해해야 하는, 여러 창을 열어주는 해설서에 가깝다. 2023년 개정판에서 다룬 제도와 전망을 현재의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책을 읽을 이유는 산업의 크기를 외우는 데 있지 않다. 경기에서 얻은 즐거움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더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사인볼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다. 이제 그 옆에 선수의 노동과 중개상의 계산, 진위를 확인하는 일까지 함께 보인다. 응원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 마음을 둘러싼 세계가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