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리뷰: 세계가 보는 축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가장 부유하고 파괴적인 스포츠 산업이 되기까지
2017년, 뉴욕 맨해튼의 한 이탈리아 식당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아스널의 관계자들이 모인다. 경기장에서는 서로 이겨야 하는 구단들이다. 그러나 해외 중계권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이해가 겹친다.
더 많은 관심을 끌어오는 큰 구단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야 하는가. 아니면 함께 리그를 만드는 구단들에 고르게 나눠야 하는가.
조슈아 로빈슨과 조너선 클레그의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에는 이처럼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축구의 승부가 담겨 있다. 원제는 『The Club』이다. 골과 우승의 역사를 따라가기보다, 잉글랜드의 지역 스포츠가 세계적인 사업으로 커진 과정을 구단주와 경영진, 방송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화면 속에서는 팀의 색깔이 서로 다르다. 그 화면을 세계에 팔 때는 같은 리그의 일원이 된다. 이 책의 흥미로운 긴장은 그 두 역할 사이에서 생긴다.
오래된 축구를 새로운 사업으로 묶다
프리미어리그는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 축구와 겹쳐 보여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리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출범한 해는 1992년이다. 축구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1부 구단들이 리그를 운영하고 수익을 얻는 틀을 바꾼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텔레비전이 있었다.
팬이 경기장에 와야만 돈을 벌 수 있다면 관중석의 수가 한계가 된다. 그러나 경기 화면을 팔 수 있다면 시장은 경기장 바깥으로 넓어진다. 구단이 속한 도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도 같은 경기를 보는 고객이 될 수 있다.
당시 스카이의 중계권 계약은 축구에 큰돈을 가져오는 한편, 방송에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가입할 이유를 제공했다. 리그와 유료방송이 서로의 성장을 밀어주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다만 상업적 틀을 바꿨다고 모든 경쟁 방식을 미국 스포츠처럼 바꾼 것은 아니다. 성적에 따라 위아래 리그로 이동하는 승강제는 유지됐다. 오래된 경쟁의 긴장을 남긴 채 그것을 판매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책의 초기 서사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 선택들을 이미 정해진 성공의 순서로만 보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단의 관심과 방송의 필요가 맞물리며 새로운 판이 생겼다. 오랜 전통과 많은 팬이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지금의 규모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스카이는 경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바꿨다
좋은 경기의 중계권을 샀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보는 경험도 달라져야 한다.
스카이의 스포츠 중계를 이끈 데이비드 힐은 경기장 가까이에서 잡는 화면과 선수의 클로즈업을 늘렸다. 멀리서 운동장 전체를 비추는 화면에 오래 머무르지 않게 했다. 점수와 시간을 화면에 계속 표시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 새로울 것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잠깐 다른 일을 하다 돌아온 사람도 상황을 바로 알아보고, 선수의 표정과 몸짓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경기장에 없다는 한계를 방송만의 시선으로 메우는 것이다.
책이 다루는 스카이의 등장은 그래서 중계권 계약 이상의 이야기다. 기존의 축구를 더 비싸게 판 것에 그치지 않고, 매주 기다릴 만한 텔레비전 상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역에서 축적된 라이벌 관계와 스타, 예상할 수 없는 경기 결과는 강력한 재료였다. 방송은 그 재료가 화면에서도 더 쉽게 전달되도록 구성했다. 경기의 재미와 그 재미를 드러내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했다.
이 대목을 따라가면 축구의 세계적인 인기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된다. 좋은 경기가 자연스럽게 퍼졌다는 설명에, 그 경기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기다리게 만든 사람들의 일이 더해진다.
경기장 밖에서는 경쟁 상대가 동업자가 된다
세계에서 중계권 수입을 얻기 시작하면 그 돈을 나누는 문제가 남는다.
맨해튼 식당의 회동이 중요한 이유다. 큰 구단에는 자신의 이름과 스타들이 해외 시청자를 모은다는 논리가 있다. 다른 구단에는 상대 팀 없이 경기를 할 수 없고, 리그의 경쟁 자체가 상품을 만든다는 논리가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을 따르느냐에 따라 구단의 수입이 달라지고, 다음 경쟁을 준비할 자원도 달라진다. 배분은 경기 밖의 회계 문제로만 남지 않는다. 경기장 안에서 어떤 차이가 벌어질지에도 영향을 준다.
저자들은 프리미어리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프리미어리그는 무엇보다 중계권을 파는 조직이며, 그러면서 20개 구단에 무대와 심판과 공을 제공한다.” 『The Club』 영문 본문의 공개 편집 발췌에서 직접 옮김
축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무대와 심판과 공이 문장의 뒤로 밀려난다. 앞에 놓인 것은 중계권을 파는 일이다. 이 순서가 책의 시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유니폼이 다른 구단들은 경기 결과를 놓고 경쟁하면서도, 리그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서는 서로 필요하다. 한쪽이 상대를 압도하려는 마음과 함께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런 장면 덕분에 책은 돈이 축구를 지배한다는 비판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돈이 많다는 사실보다 누가 돈을 만들고, 어떤 기준으로 나누며, 그 결정을 할 힘을 갖는지가 중요해진다.
부유한 구단주와 오래된 팬이 원하는 것은 같지 않다
리그의 시장이 넓어지면서 구단을 바라보는 관심도 달라진다. 지역에서 쌓아온 관계뿐 아니라 국제적인 브랜드와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진다.
구단주가 원하는 것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우승을 위해 자원을 쏟는 선택과 구단의 사업 가치를 높이려는 선택은 겹칠 수 있지만, 언제나 같은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기장의 팬에게는 이번 시즌의 결과가 절실한데, 경영진에게는 더 긴 시간의 수입과 지출이 중요할 수 있다.
책이 구단주와 경영진을 따라가는 방식은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결과만 놓고 보는 대신, 어떤 자원과 목표를 가진 조직이 그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보게 한다.
동시에 그 시선은 한계이기도 하다. 사업을 키운 사람들의 협상과 판단이 중심에 놓이면, 그 변화 속에서 밀려나는 팬의 일상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있다. 경영진 가까이에서 얻은 이야기의 생동감이 모든 당사자의 목소리를 같은 크기로 담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의 성공 이야기가 마냥 시원하게만 읽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곳곳에 새로운 팬이 생기는 동안, 오래 응원해온 지역 팬에게는 관람 비용과 구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과, 가까이서 보던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지역의 역사와 애정은 구단의 브랜드를 만드는 자산이다. 하지만 그 자산을 만들어온 사람이 사업의 성장으로부터 언제나 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숫자로는 성공한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자기 팀에서 멀어지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축구의 재미를 만드는 또 다른 사람들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의 강점은 경기장 밖의 이야기를 인물과 사건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중계권과 소유 구조 같은 단어를 원리 설명으로만 끝내지 않고, 누가 무엇을 원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따라가게 한다.
전술이나 선수 기록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리그가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과정에는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많은 구단과 경영진의 이름이 이어지므로 인물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후반부의 여러 일화에서는 리그 전체의 흐름보다 개별 구단 이야기에 집중하게 될 때가 있다.
경기의 전술사를 기대하면 초점이 다르고, 구단의 재무구조를 수치로 깊이 분석하는 전문서를 기대해도 빈자리가 남는다. 무엇보다 2018년에 출간된 원서가 기록한 경영사를 오늘의 리그를 모두 설명하는 최신 안내서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 범위를 알고 나면 읽을 이유는 분명하다. 익숙한 경기 화면이 어느 날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선택과 협상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맨해튼 식당에서 이야기한 것은 돈의 배분이지만, 그 결정의 영향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간다.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축구의 미래를 놓고 승부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승부를 알고 나면 화면 속 90분이 조금 더 넓은 이야기로 보인다.
